돈을 받고도 안받았다고 생떼를...어쩌지?

중국 황산...눈을 부라리며 만 원을 내놓으라는 과일장수

임춘신 | 기사입력 2015/05/09 [14:21]

돈을 받고도 안받았다고 생떼를...어쩌지?

중국 황산...눈을 부라리며 만 원을 내놓으라는 과일장수

임춘신 | 입력 : 2015/05/09 [14:21]

 

▲ 중국 황산     © 임춘신

 

“어머머! 이 과일 받을 때 만원 냈어요. 세상에, 이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

 

언니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돈을 건넨 것을 본 나도 달려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저씨, 내가 돈 주는 것을 분명히 보았어요.” 

 

까무잡잡하니 눈이 퀭하게 들어간 그는 ‘난 모르겠고 무조건 만원을 달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우린 한국말, 그 아저씨는 중국말로 했지만 소통은 기가 막히게 잘되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언닌 창피하다며 만원을 던져주고 가자고 했다. 난 “우리가 돈을 주면 다른 사람한테 또 이렇게 막무가내로 할 거잖아?”라며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조정래 소설 ‘정글만리’에서 접촉사고를 낸 중국인과 3시간을 버텨 협상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작가는 사람 많은 중국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했다.

 

함께 과일을 샀던 여행객이 지원을 했지만 그는 눈을 부라리며 기계처럼 돈을 달라했다.  우리는 그를 두고 버스가 서있는 곳으로 향했다. 언니가 버스에 오르려 하자 어느새 리어카를 몰고 온 그가 또 돈을 달라고 한다. 깜짝 놀란 언니는 이젠 사색이 되었다. 가이드를 불러 해결해 달라고 했더니 “신경 쓰지 마세요“ 하며 무덤덤하다.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닌가보다.

 

놀란 가슴이 채 진정되지도 않은 채 십 여분 거리에 있는 다음 장소로 갔다. 구경을 하고 나오는데 좀 전의 그 과일장사가 불쑥 다가왔다. “엄마야!“ 우리가 깜짝 놀라 소리 지르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눈을 부라리며 만원 내놓으란다. 자기 과일을 돈 내지 않고 가져갔다며 주위 사람들에게는 퀭한 눈으로 하소연 했다. 우리는 불쌍한 아저씨의 리어카 과일을 사며 돈도 내지 않고 가져간 파렴치한이 되고 있었다. 중국말을 한마디도 모르는데 내용은 왜 그렇게 잘 전달되는지.

 

▲ 황산     © 임춘신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네. 얘는 만원 적선한다고 생각하고 준다니까 못주게 하니?“

 

얼굴이 벌겋게 된 언니의 하이톤 목소리다. 난 어쩔 줄 몰라 하는 언니를 잡아끌었다. 이젠 나까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디까지 따라오려나? 언니는 망고스틱은 왜 사가지고...‘ 여행객 여러 명이 샀는데 나이 든 언니가 타깃이 된 것 같다. 얘기로만 듣던 중국의 일부분을 실제로 경험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공부를 중하게 여겨 문방사우와 세공이 발달

 

지난 4월 22일 중국 안휘성 남동쪽 황산에서 겪은 일이다. 언니가 신문에서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 된 황산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당장 가보고 싶다며 동생들을 설득했다. 오랜만에 4자매 여행제의를 흔쾌히 수락했지만 걱정이 되었다.

 

일흔이 넘은 나이, 평소에 산에 잘 오르지도 않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언니들이 아니었다. 막내인 나도 무릎이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 많이 걱정스러웠다. 중국의 3대 명산 중 하나이고 계단도 엄청 많다고 하지만 도전은 아름답고 설렘도 주니 용기를 내어보자며 나선 길이었다.

 

황산이 있는 지역의 옛 명칭이 휘주인데, 이 휘주박물관에는 황산을 배경으로 등소평부터 시진핑까지 중국의 지도자 사진이 주르륵 걸려 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황산의 기를 받아 중국의 지도자가 되었단다.

 

▲ 황산     © 임춘신

 

 

이곳은 공부를 아주 중하게 여겨 문방사우와 세공이 발달했다. 명·청대 건축 양식을 간직한 재래시장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벼루에 아주 세밀하게 새겨진 문양을 보니 세공이 발달했다는 말이 실감났다. 산골 마을이겠거니 했는데 참 의외다. 이곳에서는 학교 선생님이 가장 잘 살았고 최대의 예우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가 구경한 집도 그 시절 선생님 집이다. 에어컨이 두 대나 있었다고 한다.

 

‘웬 에어컨?’하며 그 집을 관람했다. 바닥에 손잡이가 달린 두꺼운 돌 뚜껑을 여니 그 아래 물이 흐르도록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보였다. ‘정말 자연 에어컨이네.’ 그들의 지혜에 놀랍고 선생님을 우대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중국의 지도자가 되면 황산에 반드시 들른다는 말이 헛말은 아닌 듯싶다.

 

황산에 가기 전 ‘황령‘이라는 마을에 들렀다. 황령은 오염되지 않은 아름답고 독특한 휘주 문화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시골 마을이다. 좁은 계단식 밭에서 곡괭이로 땅을 파는 아줌마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소들이 밭두렁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즐기는 모습이 고달픈 인간보다 더 여유로워 보인다.

 

마을에 들어서니 집을 짓는데 가냘픈 아낙네가 어께에 세멘 두 양동이를 메고 70도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짐 없이 내려가기도 위험하건만 아찔한 발걸음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서늘해진다. 아니 이곳 남정네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황산을 중국 10대 관광지로 만들었는데 이들의 삶의 무게는 줄지 않았는지 힘겨운 얼굴들이 도무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계단식으로 지어진  지붕 위에 붉고 노르스름한 곡식이 널려 있다.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스해지고 정겹다.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는 곡식들이 참 행복해 보인다.

 

엄청나게 빠른 발전 속도에 놀라고

 

 

▲ 황산     © 임춘신

 

황산에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 한 대에 백 명이 탄다는 태평 케이블카 탔다. 가득 들어선 사람의 시끌벅적 덕분에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다. 백 명이 한 전기선에 이끌려 산과 산을 넘나든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사람들을 비집고 그 사이로 밖을 보았다. ‘와우!’ 멋진 경치에 푹 빠져든다. 세 겹씩 겹쳐 보이는 산봉우리에 할 말을 잃는다. 떠들썩하던 케이블카 안이 조용하다. 자연의 위대함에 숨소리도 죽인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꼭대기에 이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니 참말로 인간은 위대하다. 서울 넓이의 두 배라는 황산에 돌계단을 빠짐없이 만들어 놓았으니 사람 많은 중국에서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뚝우뚝 솟은 바위와 곧은 소나무, 엄청나게 큰 겹겹의 산봉우리들을 보며 감탄하다 보니 계단 오르느라 헉헉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전은 역시 좋은 것이라며 네 자매는 활짝 웃는다. 여행사에서 함께 온 젊은 사람들이 ‘사공주’라 불러줘 쑥스럽긴 하지만 여행에서 맛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어깨에 가득 짐을 지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깡마른 중국인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이 산 꼭대기에는 7개의 호텔이 있는데 먹을거리랑 빨래거리를 모두 사람이 어깨 짐을 지고 옮긴단다.

 

올 때마다 놀라는 중국이다. 사람 많은 것에 놀라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발전에, 그 스케일에 놀란다. 용의 아홉 번째 아들로 먹기만 하고 싸지 않는 피슈라는 동물을 부를 지켜주는 상징이라며 집 지붕 위에 만들어 놓았다.

 

많은 부자와 어마어마한 숫자의 가난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이곳에서도 본다. 중국이 이러한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는지. 중국말 파차이(돈을 번다)가 숫자 8의 발음 빠와 비슷하다고 8888의 차번호가 1억 원을 호가한다니 돈에 환장한 민족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가 그 속에서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언니가 그 과일 아저씨에게 끝까지 버티고 만원을 더 주지 않은 것으로 걱정을 덜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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