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173 천재가 17년 간 바보로 산 이유는?

[책이야기] '바보빅터'...아이들의 집단 괴롭힘에 진짜 바보가 됐지만

임춘신 | 기사입력 2014/09/01 [23:26]

IQ173 천재가 17년 간 바보로 산 이유는?

[책이야기] '바보빅터'...아이들의 집단 괴롭힘에 진짜 바보가 됐지만

임춘신 | 입력 : 2014/09/01 [23:26]

 

최근 군대폭력의 제물이 된 윤일병 사건이 연일 뉴스에 올랐다. 우울함을 털어내려 손에 잡은 책이《머쉬맬로 이야기≫의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가 쓴 《바보빅터≫였다. 200페이지를 단숨에 읽었다.

 

《바보빅터≫는 주인공인 빅터와 로라가 삶에서 잃어버린 진실을 되찾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인구 대비 상위 2%의 IQ를 가진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국제 멘사협회 회장이 된 빅터라는 인물이 무려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또 다른 주인공 로라 역시 못난이 콤플렉스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았던 트레이시라는 여성의 실제 이야기가 근간이다.

 

빅터가 열다섯 살 때 일이다. 로널드 선생이 컴퓨터를 켜라on 한 것을 열어라open로 잘못 알아듣고 그는 pc케이스를 뜯어내려 했다. 부리나케 달려온 선생은  빅터의 귀를 잡아당기며 “넌 도대체 머릿속이 어떻게 돼먹은 거냐? 천 달러가 넘는 컴퓨터를 뜯어내겠다고? 돌고래도 너보다는 똑똑할 게다. 멍청한 놈. 바보에게 공부는 필요 없어!” 라고 고함을 쳤다.

 

그날 IQ테스트를 했고, 한 달 후 결과를 본 로널드 선생의 눈엔 1이라는 숫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조금도 의심 없이 기록부에 73이라고 썼다.

 

IQ가 알려지자 아이들은 빅터를 노골적으로 괴롭혔다. 빅터는 매일 쓰레기통에 처박힌 신발을 찾아 신어야 했고, 복도를 걸을 때마다 뒤통수를 맞아야 했다. 아이들은 머리가 나쁘면 상처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빅터는 말을 더듬었고, 수업 시간에도 쫓기는 사람처럼 갈팡질팡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렇게 빅터는 정말 바보가 되어 갔다.

 

빅터를 특수학교에 보내라는 선생의 권유에 급기야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정비소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그는 아버지와 함께 트럭에 타고 가다 도로변 옥외광고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아무런 문구 없이 수학 문제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다. 호기심으로 그는 광고판의 문제를 수첩에 적었고 집에 와서 그 문제와 씨름을 했다. 문제는 쉽게 풀렸으나 왜? 누가 그런 광고판을 만들었는지 그 수수께끼를 풀 수가 없었다.

 

로라는 빅터가 스쿨버스 옆자리에 앉는 것을 허락한 유일한 동급생이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빅터가 옆자리에 앉는 것을 꺼려했다. 가족들은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못난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가족들이 그러는 게 창피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못났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글쓰기를 좋아했다. 글을 쓸 때면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이 후련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에 그녀의 아버지도 코웃음을 쳤다.

 

“작가는 아무나 되는 건 줄 아나? 그 흔한 글짓기 상 한 번 못 받은 주제에.”

 

아프지만 사실이다. 그녀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낸 적이 없었다. ‘난 왜 이렇게 못났을까?’ 로라는 늘 열등감에 괴로워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제 공무원이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은 아니었다. 복사물처럼 반복되는 일상, 보람 없는 일과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즈음 레이첼 선생에게 연락을 받게 된다. 로라가 대학시절 작가 양성프로그램에 참여해 쓴 글을 읽고, 함께 책을 내보자고 레이첼 선생이 로라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둘은 10년 만에 만났다.

로라가 대학시절에 쓴 글은 강사의 혹평에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되어버렸었다. 그러나 레이첼 선생 평가는 달랐다.

 

“나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수많은 글들을 읽었어. 그 중에 네 글이 가장 돋보였어.”

 

레이첼선생의 말에 로라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얼마나 기다렸던 말인가. 그 날 이후 로라는 레이첼 선생과 만나 자료를 정리하고 책 출판 준비를 했다.

 

그즈음 로라는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무기력하게 아이들한테 맞고만 있는 빅터를 우연히 보게 된다. 레이첼 선생이 빅터를 만나고 싶어 해서 로라는 그를 찾아간다.

 

로라를 본 빅터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한다. 빅터는 그가 거주하고 있는 트레일러 옆 벤치에 그녀를 안내했다. 박스 안에는 책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대부분 과학이나 컴퓨터에 관한 서적들이었다.

 

“이걸 네가 읽었니?“

“왜?”

“그냥, 재미있어서”

“칠판에 쓰여 있는 수학도 네가 푼 거야?”

 

빅터가 본 그 광고는 에프리라는 퓨터 회사가 테일러 회장의 지시로 낸 광고였다. 왜? 왜? 왜? 언제 어디서나 질문을 하는 호기심 왕성한 창조적인 인재를 뽑기 위한 광고였다. 끈질긴 빅터의 호기심은 로라에 의해 회사로 접속이 되었고 그는 이 대단힌 회사에 특채가 되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빅터는 혼란이 왔다. 자신감도 없고 두려웠다.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었던 레이첼 선생을 찾아 상담해보자는 로라의 의견에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빅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준비된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아. 또 완벽한 상황도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건 가능성뿐이야. 시도하지 않고는 알 수가 없어. 그러니 두려움 따위는 던져버리고 부딪쳐보렴. 너희들은 잘할 수 있어. 스스로를 믿어 봐.”

 

빅터는 에프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일을 맡았고 조금씩 적응해나갔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앞장서 자신을 놀렸던 중학교 동창을 만나게 되었다. 그 후 자신이 바보인 것이 알려질까 노심초사 불안에 떨게 되고 빅터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테일러 회장이 너무 앞서간다는 이유로 회장직에서 쫓겨나게 되자 빅터도 엄습하는 과거의 속박 때문에 회사를 나오고 그 후 떠돌이 노동자로 7년을 보내게 된다.

 

한편 로라는 레이첼선생과 출판하려던 책이 여의치 않자 모든 것을 포기 한다. 무엇을 해도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매번 예감은 적중했다. 지긋지긋한 아버지에게서 해방되고 싶었던 로라는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아 행복했지만 잠시뿐, 남편과 헤어지고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던 고향의 부모님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렇게 7년 만에 다시 만난 빅터와 로라는 거리 쇼윈도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TV뉴스를 보고 있다. 테일러 회장이 7년 만에 에프리의 CEO로 다시 추대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로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첼 선생님도, 테일러 회장님도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포기하고 주저앉은 사이에”라고.

 

로라는 IQ167의 암기왕 잭으로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그의 IQ를 뛰어넘은 단 한사람이 그녀가 다녔던 메를린 학교의 빅터 로저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로라는 빅터와 함께 중학교를 찾아간다. 자료를 찾아 확인하니 173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빅터는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로널드선생의 실수로 1이란 숫자가 빠진 것을 알게 되고  그는 경악한다. 로널드 선생은 용서를 구했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난 정말 바보였어. 그저 세상이 붙여준 이름인 바보로만 살았어. 스스로를 믿지 못한 나야말로 진짜 바보였어.”

 

빅터의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로라에게 힘이 되고자 로라의 어머니는 새 삶을 찾아주는 TV쇼 프로에 신청했고 출연하게 된다.

 

로라가 5살 때 유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부모는 그녀가 너무 예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못난이라 불렀고, 예쁜 옷도 입히지 않았다. 아버지는 강하게 자라야 한다고 윽박지르기를 일삼았다.

 

“못난이, 못난이! 그 소리 때문에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자신이 없었으니까요. 행복할 자격도 없는 벌레 같은 존재라고 생각 했으니까요. 왜 저에게 말해주지 않았나요? 전 저를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어요.”

 

로라는 이 말을 하며 과거의 삶이 한순간 자신의 몸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힐튼호텔, 국제멘사협회신임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신임회장의 약력이 소개되고 있다.

 

“수많은 히트 상품을 개발한 발명가이자 기업컨설턴트이고 저술가인 빅터 로저스 회장님입니다.”

 

인기 동화작가가 된 로라와 빅터가 회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책에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끝까지 노력 했으리라 생각된다.

 

아동권장 도서이기도 한 이 책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가족 토론하기에 참 좋은 책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부모가 알고, 부모의 생각을 아이가 알 수 있는 소통의 책으로 ‘강추’ 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빅터에게 하는 아이들의 잔인한 행동을 보고 나는 부글부글 화가 났다. 한 아이를 왕따 시키고 괴롭히는 것에 어찌 그리도 모두가 동조할 수 있는지. 요즈음 우리 현실과 흡사함에 가슴 아팠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는 로라의 부모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문득 난 과연 아이들에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살아 온 아주 작은 경험을 잣대로 아이들의 도전을 막은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덮어버린 것은 아닐까? 고생하며 극복해나가기 보다는 그저 무리 없이 살아가기만을 바라는 마음에 큰 소리를 내진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젠 “난 여기까지, 난 할 수 없어.” 하고 내 스스로 한계를 긋고 뒷걸음질 치는 일은 하지 말자. 나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도전해보자.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책 《바보빅터≫가 주는 도전과 무한한 가능성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때때로 현실은 여러분의 기대를 배반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몇 번의 고배를 마실 것이고, 그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밀려올 것입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의기소침해지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찾아올 때마다 17년을 바보로 살았던 세상에서 가장 멍청했던 빅터 로저스의 인생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빅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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