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버티면 이길 수 있어요?"...할 말이 없었다

의료봉사 하면서 기운내라고'힘내세요. 버티면 이길수 있어요' 했더니

박호(한의사) | 기사입력 2014/07/19 [07:25]

세월호 유가족
"버티면 이길 수 있어요?"...할 말이 없었다

의료봉사 하면서 기운내라고'힘내세요. 버티면 이길수 있어요' 했더니

박호(한의사) | 입력 : 2014/07/19 [07:25]

 

▲ 세월호 농성장에서 한의사들이  진료를 하고 있다.     ©이민선

 

"그렇게 하면 이길 수 있어요?"

 

나지막한 소리로 물어왔다.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제(17일)로 6일째, 세월호 가족 의료지원을 6일째 하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저녁무렵 갑자기 국회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가족 의료봉사를 할 수 있냐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국회에 들어갔다. 그 날부터 , 매일 저녁 진료를 마치고 국회를 찾았다.

 

첫날인 일요일, 농성장 귀퉁이에 돗자리를 깔고 환자를 보내달라고 얘기하고 기다렸지만, 오신 분들은 고작 세명뿐. "다들 건강한가?" 하고 아리송해 하다가...농성장에 직접 들어갔다.  의료지원 나왔다는 내 말에 시큰둥한 표정들이었다.

 

"자식도 못지킨 부모가 뭔 의료를 받소?" 라는 말부터 "건강해요. 여기 아픈 사람 없어요." "괜찮아요. 다른 사람한테 가봐요." 등 외면 아닌 외면의 눈초리들이었다.

 

농성장은 한여름 답지않게 차가운 기운이 내리깔려 있었다. 간간히 여기저기서 말소리가 들리고 가끔은 웃음소리도 들리지만, 그 웃음소리가 어째 웃음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아주 다른 웃음소리, 나지막하면서 통통거리지 않는 웃음소리. 국회의사당의 거대한 흰색 돌기둥만큼이나 바닥을 내리누르는 웃음소리였다. 

 

"괜찮을리가 있겠습니까? 여러분들의 마음을 제가 어찌 다 알겠습니까. 그냥 그 마음의 아주 일부를 짐작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아주 모르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조금씩 다가가 봤다.

 

겨우 내가 앉을 틈 정도가 생겼다.  그렇게 시작한 의료지원이 6일이 되었다. 하루 7-8명의 한의사들이 모여서 농성자의 몸을 풀어주고 대화한다. 치료를 받고나면 "어 시원하다,  어이 당신도 받아봐." 하면서 부인을 끌고오기도하고, 못본체 눈감은체 하고 귀퉁이에 누워있던 분에게 "선생님도 이리 와보세요" 하면 마지못해 오는 것처럼 움직이시기도 한다.  좀 살 것 같다는 그분들을 보면서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고 있으니 이또한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는 농담도 좀 할 정도가 되었다. " 이거 날이면 날마다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아니예요. 우리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이렇게 해드리지 못해요. 여기서 풀 서비스 하는 겁니다" 하면 살작 미소들도 보인다. 이젠 물어보지 않고 일단 농성장에 들어가 앉을 수 있다. "의료지원 나온 한의사입니다" 라는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눈인사를 하고 자리를 내준다. 6일만에 참 많이 가까워졌다. 

 

어제는 힘내라는 격려도 했다. "지치면 안돼요. 버텨야 이깁니다. 여러분들이 지쳐서 쓰러지면 이길 수 없어요. 우리 왔을 때 치료 받고 서로서로 몸도 풀어주고 그리하세요" 하면서 첫날부터 꾸준히 수기법을 알려줬다. 모두 끄떡이지만 무겁다. 버텨야 이긴다는 말에 사람들이 맞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지만 쾡한 눈빛이다. 100일이 다가오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속았다고 한다. '아!뭔 말을 해줘야 하나...'

 

한쪽의 환자들과 치료겸 대화겸 그렇게 마무리 하고 의사당 벽을 따라 끝쪽으로 갔다. 아직 한의사가 오지 않은 곳 , 학생 엄마 두분이 누워 있다.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올까? 여기 사람들은 다 불면이다. 두통약을 달고 산다. 타이레놀 게보린을 7-8개씩 먹는다. 유독하기로 첫번째인 약들을 저리 먹어대니 걱정이다.

 

두 엄마에게 다가갔다. 한분은 본척도 안하고 핸드폰만 쳐다본다. 혼자만 몰래 보는게 아이 사진일 것 같다. 말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다른 한분에게 "피곤하시죠. 잠이라도 좀 잘 잘 수 있게 치료해드릴께요" 하니 " 어제 치료 받았어요"라고 하면서 거절한다. 여긴 참 이상하다. 의사가 찾아다니면서 치료받을 것을 부탁한다. 그렇게 안하면 치료를 할 수 없다. 몇마디 더 던지고 치료를 시작했다. 이젠 쉽다. 그분들이 다 아프고 치료받고 싶다는 걸 알기에 치료로 이끄는 것이 너무 쉽다. 그걸 이제 잘안다. 

 

한참을 치료하고 한마디 던졌다. " 힘내세요. 건강 조심하고 버티셔야 해요. 버티면 이겨요." 기운을 내라고 한마디를 건넸다. "그러면 이길 수 있어요?" 세월호 엄마가 물어왔다. 아주 나지막한 소리, 절망과 희망의 중간에 선 목소리. '그러면 이겨요?' 도 아니고 능력을 묻는 가능성을 묻는 '이길 수 있어요?'라고 물어왔다.

 

난 할말이 없어졌다. 국회의 무책임한 회피로 농성은 연장될 수 밖에 없고, 세월호 가족의 농성은 길어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버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또 그곳에 가야한다. 뭐라 해야 하나. 아무 말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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